이번 현장은 제천시 의암동에 위치한 개인주택 신축현장입니다. 콘크리트 골조와 슬라브로 이루어진 2층 건물로서 맞배지붕과 모임지붕으로 나뉘어진 지붕 형태를 갖추고 있는 건물입니다. 사용될 기와는 점토기와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평기와로서, 점토기와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면서도 징크의 모던하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제품입니다.

 

최초 방문시의 현장 모습입니다. 1층과 2층에 지붕이 각각 시공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붕 크기에 비해 모양이 상당히 복잡한 편입니다. 2층 지붕의 경우 용마루를 기준으로 양쪽이 비대칭으로 짧게 잘려진 부분이 있고 1층 지붕의 경우 건물 외벽을 따라 지붕과 인접하는 면이 복잡하고 밸리(기와골)과 모임지붕까지 공존하여 기와를 절단해야 하는 면적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또한 지붕 기울기가 낮은 편이라 원활한 빗물 배수가 이루어질지 살짝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번 현장의 경우에는 특히 평기와로 시공되기 때문에 빗물의 배수 문제가 더욱 걱정되는데요, 왜냐하면 평기와의 경우 물매가 낮은 경우 표면장력과 모세관현상으로 인해 기와가 겹쳐진 부분을 타고 빗물이 역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층 지붕의 경우 아주 커다란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용마루선의 문제인데요, 이해가 쉽도록 사진에 파란색과 붉은색의 두 가지 선으로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사진의 붉은색 선이 바로 현 상태의 지붕 용마루선인데 잘 보시면 똑바르지 않고 왼쪽 끝에서 선이 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지붕의 레미콘을 타설하면서 용마루선을 제대로 잡아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파란색 선처럼 똑바로 잡아주어야 하는데 잘 진행되다가 끝 지점에 가서 갑자기 용마루선이 휘어 버렸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용마루의 양쪽 꼭지점에서 실을 띄워 새로 용마루를 잡아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이번 현장에서는 그렇게 작업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지붕이 비대칭형이면서 그 한쪽 지붕이 아주 짧게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붕이 어느 정도 길게 설계되어 있으면 기와 간격을 넓히거나 좁히면서 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너무 짧은 관계로 이런 조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한 일반 S형 타입의 기와가 아니라 평기와이기 때문에 지붕의 수평면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장이므로 그냥 생긴대로 용마루를 시공할 수도 없습니다.

 

용마루 꼭지점을 이동하는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박공머리와 갓기와의 처리 문제입니다. 지붕 슬라브의 처마 꼭지점에 딱 맞도록 박공머리와 갓기와가 부착되어야 하는데 용마루 위치가 바뀌면 이런 깔끔한 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평평하고 수평이 잘 잡힌 지붕면을 중점으로 시공할 것이냐, 정위치의 박공머리와 갓기와를 중점으로 시공할 것이냐, 이 둘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두 가지 다 만족하며 시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파란색 실선처럼 용마루를 잡기로 결정합니다. 즉 박공머리와 갓기와를 포기하는 대신 평평한 지붕면에 손을 들어준 것인데요, 왜냐하면 이번 시공에 사용될 기와가 평기와이기 때문입니다. 평기와의 경우 조금만 지붕면이 틀어지거나 수평이 맞지 않아도 미관상으로 굉장히 보기가 좋지 않으므로 건축주께 최대한 설명을 잘 드리고 이렇게 시공 방향을 잡았습니다.

 

위 사진의 실을 띄워놓은 것을 보시면 이동 간격의 차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용마루 꼭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한 뼘 정도 위치가 이동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겨우 한 뼘이지만 그에 따른 차이는 아주 큽니다. 아래 이어질 설명을 읽어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새로운 용마루 기준에 맞춰 2층의 각상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수평면은 잘 잡혀져 있지만 역시나 갓기와 부분의 시공이 난관입니다. 용마루 기준점이 바뀌면서 양쪽 갓기와의 높낮이가 차이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포토샵으로 약간의 편집을 해보겠습니다.

 

포토샵을 이용해 가상으로 갓기와를 그려보았습니다. 아직 실제로 기와가 덮여진 것이 아니라 예상 그림입니다. 사진의 왼쪽 끝 동그라미 부분과 용마루쪽 동그라미를 보시면 갓기와 바로 아래 흰색 처마 부분의 넓이가 차이가 나는 것이 보입니다. 용마루 기준점이 틀어지면서 기와 간격이 용마루쪽으로 올라갈 수록 점점 넓어지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또한 반대편 짧은 지붕면의 경우 갓기와에 파뭍혀 흰색 처마가 더욱 좁게 느껴집니다. 단지 한 뼘 정도 용마루를 옮겼을 뿐인데도 그에 따른 파장이 아주 큽니다.

 

 

이대로 시공될 경우 미관상 아주 보기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되므로 최대한 미관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고민 끝에 사진의 붉은 색 부분을 후레싱으로 커버하는 방법으로 시공 방향을 잡습니다. 흰색 처마 부분의 넓이를 동일하게 보이는 편이 미관을 덜 해치기 때문입니다.

 

바로 윗 설명대로 시공한 결과물입니다. 갓기와 바로 아래에 같은 색의 후레싱을 덧붙여 미관을 최대한 덜 해치도록 마무리하였습니다. 사전에 많은 고민과 시뮬레이션을 거듭한 결과 그런대로 만족스런 결과가 나와 다행입니다.

 

1층의 각상 작업이  한창인 모습입니다. 물매가 너무 낮아 각상을 이용해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만큼 경사를 더 올렸습니다. 그래도 아직 많이 낮아 보여 걱정입니다.

 

건물 외벽과 인접하는 면이 많아 빗물 처리에도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후레싱 설치를 위해 각상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와가 도착하고 기와 인양 중입니다. 도중에 부슬부슬 비가 내려 작업자를 심란하게 만듭니다.

 

외벽과 인접하는 곳의 후레싱도 위 사진처럼 설치를 합니다.

 

바닥기와가 마무리되고 용마루 작업을 위한 벤트 작업이 실시된 모습입니다.

 

작업 내내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결국 빗발이 거세지는 바람에 마무리를 앞두고 현장에서 철수합니다. 아직 용마루 시공이 남아있기 때문에 빗물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임시로 용마루를 덮어놓고 철수합니다.

 

다시 날을 잡아 시공을 마무리합니다. 용마루 기와가 시공된 모습입니다. 용마루의 끝점이 1층의 평슬라브 난간에 맞물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난간이 조금 더 높았더라면 지붕 경사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순간입니다.

 

드디어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지붕면이 많이 지저분하지만 몇 번 비를 맞으면 깨끗해 질 것입니다.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던 2층의 지붕은 사진과 같이 아주 예쁘고 멋지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박공머리와 갓기와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지붕면에 중점을 둔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사진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론 촬영을 위해 며칠 후 다시 방문한 모습입니다. 비계도 모두 철거되어 있고 지저분하던 지붕면도 깨끗해져 있네요.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시공은 까다롭고 어려웠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평기와의 중후한 매력이 아름다운 주택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공에 사용된 기와는 코버트 프라나(Plana) 기와의 에바노(Evano) 색상입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한 제품으로서 심플하고 담백한 멋이 특징인 최고급 점토기와입니다. 자세한 제품 설명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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